디지털 격차 재정의 — 6G 시대에도 여전히 소외되는 계층, 보편적 통신서비스의 개념을 어떻게 재설계해야 하는가

2026. 4. 8. 17:52무선통신 네트워크

6G 시대에도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6G 논의는 언제나 화려하다. 1Tbps의 전송 속도, 0.1ms의 초저지연, 인공위성과 지상망이 하나로 연결되는 3차원 통신 인프라, 완전 자율주행과 원격수술을 가능케 하는 초연결 사회. 정부와 기업이 그리는 6G 미래는 기술이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 화려한 논의에서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지속적으로 누락되고 있다. 6G가 실현되는 2030년에도 여전히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회는 6G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가. 농어촌 도서 지역의 노인, 경제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장애인,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기본 통신 인프라가 부재한 개발도상국 국민들. 이들에게 6G는 기회의 확장인가, 아니면 격차의 심화인가. 이 질문이 6G 기술 논의의 중심에 놓이지 않는 한, 6G는 일부를 위한 초고속 통신이지 모두를 위한 사회 인프라가 되지 못할 것이다.

 

6G 시대 디지털 격차 재정의
이미지출처:전자신문


▣ 보편적 통신서비스의 현재, 무엇이 문제인가

보편적 통신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적정한 요금으로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적 의무 개념이다. 한국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유선전화, 저속 인터넷, 긴급통신 등을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의 제공 비용은 통신사들이 분담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체계는 이동통신 시대가 본격화되기 이전의 유선 중심 개념을 여전히 기반으로 하고 있다. 5G가 상용화된 지 7년이 지났지만 보편적 서비스 범위는 아직 5G는커녕 LTE조차 포함하지 못하고 있으며, AI 기반 서비스가 일상화되는 현 시점에서도 기본 음성통화와 저속 데이터가 보편적 서비스의 핵심을 이루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6G 시대를 논하면서 보편적 통신서비스의 개념이 2G 시대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기술의 진보와 사회적 보호 체계의 진보가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다.


▣ 6G 시대의 디지털 격차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디지털 격차라는 개념은 그동안 주로 '접속 가능 여부(access)'의 문제로 이해되어 왔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있는가, 통신 인프라가 도달하는 지역에 사는가가 격차의 핵심 변수였다. 그러나 6G 시대의 디지털 격차는 훨씬 복잡한 다층적 구조로 진화한다. 첫째는 속도 격차다. 6G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층과 여전히 4G·5G 수준의 서비스에 머무는 계층 사이에는 단순한 속도 차이를 넘어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종류 자체가 달라진다. 6G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AI 에이전트, 실시간 원격의료, 초정밀 원격교육 서비스는 6G에 접속하지 못하는 계층에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가 된다. 둘째는 활용 격차다. 기기와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고 해서 6G 서비스를 동등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고령층이나 교육 수준이 제한된 계층은 6G 시대의 복잡한 AI 기반 서비스 생태계에서 오히려 더 깊은 소외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비용 격차다. 5G 요금이 LTE 대비 높아졌던 패턴이 반복된다면 6G 요금은 더 높아질 것이고, 이는 경제적 약자 계층이 6G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적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


▣ 6G는 격차를 줄이는가, 심화시키는가

6G 기술 자체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가능성과 심화시킬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해소의 측면에서는 저궤도 위성과 지상망의 통합이 도서·산간·해상 등 기존 통신 인프라가 도달하기 어려웠던 음영 지역에 고속 통신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기정통부의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이 완성되면 전국 어디에서도 6G 수준의 통신 품질을 이론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심화의 측면에서는 6G 인프라 구축이 경제성 높은 도심 지역에서 먼저, 그리고 빠르게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 문제다. 민간 통신사 주도의 6G 구축 체계에서 농어촌과 저소득 지역의 6G 커버리지 확보는 구조적으로 후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5G 시대에 전국망 구축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수익성 높은 도심 지역 중심으로 망이 집중되었던 패턴이 6G에서 반복될 경우, 지역 간 디지털 격차는 오히려 5G 시대보다 더 넓어질 수 있다.


▣ 보편적 통신서비스의 세 가지 재정의 방향

6G 시대에 보편적 통신서비스 개념이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지를 논할 때, 세 가지 방향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서비스 범위의 확장이다. 현재 유선전화와 저속 인터넷 중심의 보편적 서비스 범위를 이동통신과 데이터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6G가 사회 기반 인프라가 되는 시점에서 최소한의 이동통신 데이터와 기본 AI 서비스 접근권이 보편적 서비스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단순히 음성통화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교육·행정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한 최소한의 디지털 능력이 보편적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는 비용 보조 체계의 개혁이다. 경제적 약자 계층이 6G 서비스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직접적인 요금 보조 체계와 저가 요금제 의무화 방안이 6G 상용화 이전에 설계되어야 한다. 현재의 보편적 서비스 재원 분담 체계를 6G 시대의 수익 구조에 맞게 재설계하는 것도 병행이 필요하다. 셋째는 디지털 리터러시 지원의 제도화다. 6G 서비스에 물리적으로 접속할 수 있어도 이를 활용할 역량이 없다면 실질적 격차는 해소되지 않는다. 고령자·장애인·저학력 계층을 위한 디지털 활용 교육과 6G 친화적 인터페이스 설계 의무화가 기술 정책과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 글로벌 차원의 디지털 격차, 한국의 책임은 무엇인가

디지털 격차는 국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수십억 명이 기본적인 인터넷 접속조차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으며, 6G 기술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기술 격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은 5G 시대보다 크다. 한국은 5G에 이어 6G에서도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기술 선도국으로서, 글로벌 디지털 격차 해소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6G 전략 설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ITU가 6G 비전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명시한 것은 이 이유에서다. 6G 기술 표준화에서 한국이 발언권을 가지려 한다면, 기술적 우월성만이 아니라 포용적 설계 철학의 기여도 함께 입증되어야 한다. 6G 기반 원격의료·원격교육·재난통신 기술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개발협력 전략을 6G 국가 로드맵에 내재화하는 것이 기술 선도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접근이다.


▣ AI 시대의 통신 소외, 새로운 차원의 위협

6G 시대의 디지털 격차 논의에서 가장 간과되기 쉬운 새로운 위협이 있다. 바로 AI 기반 서비스 접근의 불평등이다. 6G가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로 설계되고, 의료·교육·금융·행정 서비스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제공되는 구조가 확산된다면, AI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계층은 단순한 통신 소외를 넘어 사회 서비스 전반에서의 구조적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 병원 예약을 AI 에이전트로 처리하고, 행정 업무를 6G 기반 원격 서비스로 해결하는 세상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나 AI 인터페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은 서비스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배제에 직면한다. 이 문제는 통신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사회 서비스 설계 원칙 전체에 포용성을 내재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 나의 생각 : 보편적 통신서비스 재정의가 통신 산업 설계 철학에 주는 시사점

개인적으로는 보편적 통신서비스의 재정의가 단순한 복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6G 시대 사회 설계의 근본 철학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6G가 자율주행·원격의료·스마트교육·AI 행정을 가능케 하는 사회 기반 인프라가 된다면, 이 인프라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통신 불편이 아니라 사회 참여 자체에서의 배제를 의미하게 된다. 전력망이나 수도망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존권의 문제인 것처럼, 6G 기반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사회적 시민권의 문제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6G 정책 논의에서 이 관점은 아직 충분히 중심에 놓이지 않고 있다. 기술 표준특허 확보 목표와 시장 점유율 목표는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되어 있지만, 6G 시대에 소외되는 계층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목표와 실행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6G가 모두를 위한 인프라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목표만큼 포용 목표도 구체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 핵심 요약 : 6G 시대 디지털 격차와 보편적 통신서비스 재정의

현행 보편적 통신서비스의 구조적 한계

  • 유선전화·저속 인터넷 중심의 2G 시대 패러다임 유지
  • 5G·LTE조차 포함하지 못한 보편적 서비스 범위
  • 기술 진보와 사회적 보호 체계 간의 심각한 괴리

6G 시대 디지털 격차의 세 가지 차원

  • 속도 격차 : 6G 전용 서비스 자체에 접근 불가능한 계층 발생
  • 활용 격차 : 접속 가능해도 AI 서비스 활용 역량 부재
  • 비용 격차 : 6G 요금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배제 구조

보편적 통신서비스 재정의 세 가지 방향

  • 서비스 범위 확장 : 이동통신 데이터·기본 AI 서비스 접근권 포함
  • 비용 보조 체계 개혁 : 저소득층 요금 보조·저가 요금제 의무화 설계
  • 디지털 리터러시 지원 제도화 : 고령층·장애인 AI 활용 역량 지원

한국의 글로벌 책임

  • 기술 선도국으로서 개발도상국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전략 수립
  • 6G 표준 설계에 포용성 가치 내재화
  • 원격의료·교육 기술의 개발협력 연계 로드맵 필요

◆ 정리

6G 시대의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연결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참여와 시민권의 문제로 진화한다. 보편적 통신서비스의 개념을 6G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는 것은 기술 정책이 아닌 사회 정책의 문제이며, 그 설계가 늦어질수록 격차는 더 깊어진다. 한국이 6G 기술 선도국을 넘어 6G 시대의 포용적 사회 모델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이 질문을 6G 정책의 중심에 올려야 한다. 얼마나 빠른 6G를 만들 것인가만큼이나,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6G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지금 가장 중요한 전략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