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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심리학 · 전략] 권력 차이가 큰 협상 — 을 중에서도 을이 쓸 수 있는 전략

by new-world-magazine-1 2026. 5. 7.

협상 이론 대부분은 양쪽이 어느 정도 대등한 상황을 전제한다.

하지만 실제 협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대기업 구매 담당자 앞에 앉은 소규모 공급사. 대형 플랫폼과 계약을 협의하는 1인 개발자. 수십 년 된 원청 앞의 신생 하청업체.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구조가 기울어져 있다.

이 글은 그 기울어진 구조에서 쓸 수 있는 전략을 다룬다. 기울어진 구조를 무시하거나 없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법들이다.

 

권력 차이가 큰 협상 — 을 중에서도 을이 쓸 수 있는 전략

▣ 권력 차이가 큰 협상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거짓 희망을 버리는 것이다.

"잘 설명하면 이해해줄 거야", "성의를 보이면 조건을 맞춰줄 거야", "오래 거래했으니 봐줄 거야". 권력 차이가 큰 협상에서 이런 기대는 대부분 배신당한다. 상대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구조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권력 차이는 협상의 조건 자체를 바꾼다. 갑은 결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을은 결렬을 두려워한다. 대안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이다. 이 비대칭이 모든 협상 전술의 효과를 결정한다.

Jeffrey Pfeffer의 『Power』(2010)에서 조직 내 권력 역학을 분석하며 권력이 없는 사람이 협상에서 취하는 전략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 취하는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같은 전술을 다른 권력 위치에서 쓰면 결과가 다르다.

▣ 레버리지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협상 기술을 배우기 전에 레버리지를 만들어야 한다. 레버리지가 없는 상태에서 협상 기술은 한계가 있다.

권력 열세에서 레버리지를 만드는 5가지 방법

다섯 가지 레버리지 유형 중 을이 가장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전문성 레버리지다. 권력 차이가 아무리 커도 상대가 갖지 못한 지식이나 기술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협상의 구도가 달라진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이 권력 열세를 극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시간 레버리지는 계산이 필요하다. 계약 갱신 직전, 프로젝트 마감이 가까운 시점, 상대 회사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 이때 상대는 나를 더 필요로 한다. 평소에 협상하기 어려운 조건도 이 타이밍에 꺼내면 수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 이것을 너무 노골적으로 활용하면 관계를 망칠 수 있다. 은근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

대안 레버리지는 실제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데 가면 되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거나, 다른 공급사를 찾아놓아야 한다. 막연한 대안은 협상에서 아무런 힘이 없다.

▣ 갑이 쓰는 압박 전술을 인식한다

권력이 있는 쪽은 권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압박 전술을 쓴다. 이것을 모르면 당하고, 알면 대응할 수 있다.

갑이 자주 쓰는 압박 전술과 을의 대응법

"다른 데서 더 싸게 해준다고 했는데"라는 말이 나왔을 때 즉각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다. 이 말은 사실일 수도 있고 블러핑일 수도 있다.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맞다. "어느 조건인지 구체적으로 비교해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상대에게 공을 넘긴다. 구체적인 조건이 나오면 실제로 비교하면 된다. 나오지 않으면 블러핑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인위적 긴박감은 권력 차이가 큰 협상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전술이다. "이번 기회 놓치면 다음은 없어요"라는 말 앞에서 즉각 판단해버리는 것이 패배다. 47번 글(협상 타이밍)에서 다뤘듯이 긴박감이 느껴질 때일수록 타임아웃이 필요하다. "검토해보고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긴박감의 압박을 차단한다.

처음에는 이 전술들이 인식되지 않는다. 반응이 먼저 나오고 나서야 "아, 그게 전술이었구나"가 된다. 이 패턴들을 미리 알고 있으면 현장에서 잠깐 멈추고 "이 사람이 지금 어떤 전술을 쓰고 있나"를 생각할 수 있다. 인식하는 순간 영향력이 줄어든다.

▣ 을 중에서도 을이 지켜야 할 원칙

구조적으로 불리한 협상에서 지키는 원칙

표의 첫 번째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유보가를 절대 지키는 것.

권력 차이가 클수록 유보가 아래로 끌려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갑의 압박이 강하고, 결렬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지금 이 거래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질 때. 이 상황에서 유보가를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하다.

나쁜 합의는 결렬보다 나쁘다. 유보가 이하의 조건으로 합의하면 그 손해를 일하는 내내 감당해야 한다. 한 번의 결렬이 만드는 단기적 손실보다 나쁜 조건으로 일하는 장기적 손실이 더 크다.

전문성으로 포지셔닝하는 것도 핵심이다. 가격 경쟁에서 을은 항상 불리하다. 갑은 언제나 더 저렴한 대안을 찾거나 찾는 척할 수 있다. 그런데 전문성 경쟁으로 전환되면 비교 대상 자체가 달라진다. "이 분야에서 이 정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은 가격만큼 쉽지 않다.

감정을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갑이 무례하게 대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할 때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을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갑이 원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압박에 불안해하거나 화를 내면 더 쉽게 조건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갑은 경험적으로 안다. 냉정함 자체가 협상력이 된다.

▣ 장기적으로 구조를 바꾸는 방법

당장의 협상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별개로, 장기적으로 권력 구조를 바꾸는 것이 진짜 해결책이다.

 

1) 복수의 갑을 만든다

단 하나의 갑에게만 의존하는 구조가 을의 협상력을 가장 약하게 만든다. 클라이언트 다변화, 거래처 분산, 여러 채널 개발이 협상력을 구조적으로 높인다. "이 거래가 없어도 된다"는 상태가 협상에서 가장 강한 포지션이다.

 

2) 전환 비용을 높인다

상대가 나를 교체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높이면 협상력이 강해진다. 깊은 관계, 독특한 프로세스, 축적된 히스토리, 통합된 시스템. 이것들이 전환 비용을 높인다.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가 될수록 을의 위치가 약해지지 않는다.

 

3) 평판을 자산으로 만든다

업계 내 평판이 쌓이면 갑이 먼저 찾아온다. 갑이 먼저 찾아온 을은 이미 을이 아니다. 포트폴리오, 케이스 스터디, 레퍼런스. 이것들이 쌓이면 협상의 출발선이 달라진다.

 

▣ 마무리

권력 차이가 큰 협상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덜 지는 것, 원하는 것에 더 가까운 결과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레버리지를 설계하고, 압박 전술을 인식하고, 유보가를 지키고, 감정을 분리한다. 이 네 가지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협상에서 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을의 위치가 영원히 고정된 것은 아니다. 협상력은 준비하는 사람이 만든다.